Translate류미라 작가의 그림은 그 자체로 한 편의 시처럼 다가온다. 일상과 자연에서 포착한 장면들은 사실적인 묘사에 머무르기보다 그 안에 깃든 감정과 분위기를 담아 서정적인 풍경으로 펼쳐진다. 물감이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번지는 표현과 색과 색 사이를 부드럽게 잇는 그라데이션은 이러한 정서를 더욱 깊게 만든다. 그리고 그림이 끝나는 곳에서, 또 한 편의 시가 시작된다. 작가는 각각의 작품에 직접 쓴 시를 더하며, 하나의 경험을 이미지와 언어라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풀어낸다. 그림이 먼저 감각과 정서를 불러일으킨다면, 시는 그 안에 담긴 생각과 이야기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게 한다. 두 표현은 서로를 설명하거나 반복하기보다 각자의 방식으로 감상을 확장하며 작품에 여러 층위의 의미를 더한다. 작품을 감상할 때 그림에만 머무르지 않고, 함께 담긴 시도 읽어보기를 권한다. 한 편의 그림에서 시작해 한 편의 시로 이어지는 동안, 무심히 지나쳤던 풍경과 감정은 비로소 오래 머물 만한 이야기가 된다.
Translate발밑은 아득한 벼랑 주저앉을 틈도 없이 산을 올랐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능선마다 꾹꾹 눌러 담은 궤적을 새기며 버텨낸 날들이 겹겹이 산을 이룰 때 내가 가야 할 길의 빛이 보인다. <자작시 284: 산 - 빛으로 향하는 길> [작가 노트] 손을 뻗으면 벽에 닿는 아주 좁은 방, 나의 일상이자 작업실인 이 작은 공간에서 홀로 캔버스 앞에 서는 시간은 늘 벼랑 끝을 내딛는 마음과 같습니다. 살아내기 위해, 지켜내야 할 분명한 목적을 안고 매일 묵묵히 붓을 쥡니다. '산'을 주제로 이어온 작업에서, 화폭 하단의 거친 질감과 어두운 색조는 지나온 삶의 묵직한 무게와 고투의 흔적입니다. 캔버스 위에 물감을 겹겹이 얹고 꾹꾹 눌러 담는 행위는, 좁은 방 안에서 쉽게 흔들리지 않겠다는 스스로와의 약속이자 치열한 몰입의 기록입니다. 그 단단한 궤적들이 겹겹이 쌓여 하나의 산을 이루었을 때, 상단의 어둠을 뚫고 온기 어린 황금빛 해가 떠오릅니다. 이것은 거창한 성취나 성공이 아닙니다. 포기하지 않고 하루하루를 견뎌낸 이에게 비로소 선명해지는 '내가 가야 할 길의 나침반' 같은 빛입니다. 이 작품이 머무는 공간마다, 어떠한 답답함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밝혀내는 단단한 의지와 온기가 깃들기를 바랍니다. 류미라의 시와 그림 R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