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nslate이찬희 작가의 작업은 빠른 이미지 소비와 효율 중심의 시대에 맞서, 점을 하나씩 쌓아 화면을 완성하는 느린 태도에서 출발한다. 작가는 아크릴 바탕 위에 공업용 페인트마커로 일정한 크기의 점을 반복해 쌓아 올리며, 즉각적인 선명함보다 시간의 축적과 감각의 밀도를 화면 안에 드러낸다. 멀리서 보면 하나의 장면으로 읽히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무수한 점들의 중첩이 드러나는 그의 화면은, 익숙한 도시와 군중의 이미지를 낯설고 사유적인 감각으로 환기시킨다.
점은 서로 다른 개성을 드러내기보다 같은 크기와 리듬 안에서 공존하며 하나의 형상을 만든다. 이러한 방식은 익명의 존재들이 서로 기대고 스며들며 하나의 세계를 이루는 구조를 은유한다. 그의 작업은 점이라는 최소 단위를 통해 혼자서는 완성될 수 없는 장면과 삶의 구조를 보여주며, 보이지 않는 연결과 지지의 가치를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전한다.written by ARTISTY, ⓒ ARTISTY Inc.
Artist Lee Chanhee’s work begins with a slow and deliberate approach, resisting an era defined by rapid image consumption and an emphasis on efficiency. On acrylic-painted surfaces, he repeatedly builds up dots of a consistent size using industrial paint markers, revealing not immediate clarity but the accumulation of time and the density of perception within the image. From a distance, his paintings appear as a single scene, but up close they reveal countless layered dots, transforming familiar images of cities and crowds into something more unfamiliar, contemplative, and reflective.
Rather than asserting individual distinction, these dots coexist within the same scale and rhythm to form a unified image. In this way, his method becomes a metaphor for how anonymous beings lean on one another, overlap, and ultimately shape a shared world. Through the smallest unit of the dot, Lee’s work suggests that neither a scene nor life itself can be completed alone, quietly yet firmly conveying the value of invisible connections and mutual support.
Translateb. 1995
개인전
2024. 9. <한 점의, 사색으로부터>, 얼쓰갤러리카페
2024. 4. <포개져살아갑니다>, 두실 갤러리
2024. 3. <모두 같은 점이야>, 부평 밀레갤러리
2023. 2. <일상의 점으로부터 행복을>, 오재미동 갤러리
2023. 1. <점점, 점>, 이즈 갤러리
단체전
2025.12. , 유현미술관세종
2025.10. <연결의 스펙트럼>, 151갤러리
2024. 9. <모든 배는 파도를 넘어서 간다>, 스페이스 원지
2024. 8. <청년zip중:CONNECT 전>, 돈의문박물관마을
2024. 3. , 아트리움 모리
2023. 12. 도시 영등포, LES601 선유
2023. 10. <빛이 나는 순간> 2인전, 아트컨티뉴 대전지점
2023. 9. <관찰부터 태도까지>, 문화공간 정담
2023. 8. <도시산책자>, 헤이리마을 큐아트센터
2022. 9. , 구로 청년이룸 아트스페이스
2022. 9. <서리풀 대상전>, 특선 수상, 서리풀 갤러리
2021. 12. <이랜드아트로 12월 단체전>, 가산이랜드월드 가산스페이스
2021. 11. <아트프라이즈 강남>, 논현동 가구거리
2021. 8. <빛이 들어올 때>, 안산문화예술의전당
2020. 8. <청춘페이지>, 성수동 카페 에롤파
2020. 5. <청춘페이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Translate나의 작업은 현대 사회의 지독한 개인주의와 그로 인한 정서적 파편화에 대한 예술적 저항이자, 상실된 ‘우리’라는 가치를 회복하기 위한 수행이다. 2018년 작업을 시작한 이래로 나는 줄곧 점묘라는 노동집약적인 형식을 통해 개별 존재가 어떻게 거대한 질서의 일부로 편입되며, 그 안에서 각각의 존재가 느끼는 숭고함을 탐구해 왔다.
초기 ‘도시 풍경’ 시리즈에서 빌딩의 창문과 벽면을 채웠던 무수한 점들은, 각자의 고립된 공간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초상이었다. 그 점들은 언뜻 분절된 것처럼 보이지만, 작가의 반복적인 붓질과 노동을 통해 하나의 풍경으로 묶이며 보이지 않는 연대를 암시했다. 이후 2025년부터 시작된 돌탑 시리즈는 이러한 연대의 메시지를 보다 직접적이고 단단한 상징물로 구체화한 결과물이다.
나에게 ‘돌탑’은 공동체주의의 정수를 보여주는 조형물이다. 돌탑은 결코 홀로 설 수 없다. 각기 다른 모양과 크기를 가진 돌들이 서로의 무게를 견디고 모난 부분을 받아낼 때 비로소 수직의 평형을 이룬다. 완벽하지 않은 존재들이 모여 ‘완벽한 척’ 서로를 지탱하며 만들어내는 그 아슬아슬하고도
거대한 균형이야말로 이 세상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나는 페인트 마커라는 일상적이고도 느린 도구를 선택했다. 이는 도파민과 속도가 지배하는 시대에 반(反)하여, 한 점 한 점을 쌓아 올리는 정직한 노동만이 진실한 가치를 만든다는 나의 신념을 증명하기 위함이다. 굽어가는 허리와 침침해지는 시력은 내가 신봉하는 공동체적 가치를 화판 위에 구현하기 위해 지불하는 필연적인 대가다. 그렇기에, 나에게 예술이란 작가가 폭발하는 감정에 휩쌓여 단숨에 토해낸 흔적과는 거리가 멀다. 작업의 모든 순간, 나는 매사 신중하고 의미를 곱씹으며 이성적인 판단으로 화판에 내 자신을 표현한다.
나는 관람객이 나의 작품 앞에 서서 점 하나하나에 깃든 인내를 발견하고, 우리가 서로를 지탱하며 쌓아 올린 이 거대한 돌탑의 일부임을 자각하
기를 희망한다. 개별의 점이 모여 단단한 탑이 되듯, 나의 작업이 차가운 이 시대를 지탱하는 따뜻하고 견고한 지지체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