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스타일과 주제를 넘나드는 허선숙 작가는 추상화의 자유로운 표현에서부터 정물화의 섬세한 디테일, 인물화의 깊은 감정까지 아우르며 보는 이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그녀의 광범위한 예술적 표현은 각각의 작품을 통해 희노애락의 이야기를 전하며, '괜찮다'는 위로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말처럼, 삶이나 사건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질 수 있음을 작품을 통해 보여준다. 그녀는 개인적인 고통이나 어려움도 시간이 지나거나 거리를 두고 바라보면 웃을 수 있는 일이 될 수 있음을 표현하며, 행복은 더욱 행복하게 느끼도록 한다.

written by ARTISTY

작가노트:

이 코끼리는 단순한 동물의 형상이 아니다. 
이것은 오래된 시간 속에 서 있던 석상(石像), 
수많은 세월을 견디며 바람과 햇살을 품어온 존재의 재해석이다. 

나는 그 딱딱하고 침묵하던 돌 속에서, 
온기를 가진 생명을 꺼내고 싶었다.

차가운 돌로 된 석상의 무게와 시간성을, 
따뜻한 오렌지빛으로 다시 태어나게 했다.

녹색 배경은 생명력의 상징이다. 

죽음과 생존, 기억과 망각 사이에서 
여전히 살아 숨 쉬는 어떤 존재를 둘러싼 시간의 숲. 

이 코끼리는 단순히 과거의 유물이나 
신화적 상징이 아니라, 우리 내면 깊은 곳에 
오래된 감정처럼 자리한 ‘기억의 조각’이기도 하다.

이 작품을 통해 돌이 품은 감정을 말하고 싶었다. 

무겁고 조용하지만 결코 무감각하지 않은, 
세상의 모든 ‘멈춰진 존재들’을 위한 오마주.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당신이, 그 고요함 속에서 
자기 안의 어떤 감정을 다시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란다.

written by artist 허선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