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nslate류정림 작가의 작업은 태움이라는 행위를 통해 소멸과 생성이 분리되지 않은 하나의 흐름으로 인식되도록 이끈다. 불은 표면을 지우는 동시에 새로운 형상을 드러내며, 화면에 남은 점과 선은 사라짐과 생겨남이 함께 작동한 흔적이다. 작가는 이 과정을 통해 시간과 행위가 축적된 표면을 만들어가고, 불의 강약과 반복을 조율하며 화면의 밀도와 호흡을 형성한다.
화면 위에 등장하는 형상들은 명확한 상징이나 서사를 드러내지 않는다. 추상적인 작품 속에 나타나는 꽃과 새의 이미지는 태움의 과정에서 우연히 생긴 결과가 아니라, 자연의 모습을 빌려 사람의 감정과 흔적을 담고자 한 작가의 시선에서 비롯된다. 단색에 가까운 작품에 남은 불의 흔적은 미세한 변화와 깊이를 만들어내며, 작가는 불을 파괴의 도구가 아닌 삶의 감각이 축적되는 매개로 사용해 존재가 이어지는 방식을 조용히 보여준다.written by ARTISTY, ⓒ ARTISTY Inc.
Ryu Jeong Rim’s work invites an understanding of burning as a process in which disappearance and creation are inseparable, forming a single, continuous flow. Fire simultaneously erases the surface and reveals new forms, and the dots and lines left behind are traces where vanishing and emergence operate together. Through this process, the artist builds surfaces in which time and gesture accumulate, adjusting the intensity and repetition of the burn to shape the density and rhythm of the image.
The forms that appear on the surface do not assert clear symbols or narratives. The images of flowers and birds that emerge within the abstract compositions are not accidental outcomes of the burning process, but arise from the artist’s perspective of using natural forms to hold human emotion and traces of lived experience. Within surfaces that verge on monochrome, the marks of fire create subtle shifts and depth, as the artist employs fire not as a tool of destruction but as a medium through which the sensations of life are quietly gathered, revealing a mode of existence that continues rather than disappears.
Translateb. 1977
류정림, RYU JEONG RIM, 柳廷林
국립창원대학교 예술대학 졸업 [산업디자인학 전공]
개인전, 국내·외(이탈리아, 파라과이) 초대전 및 단체전 다수(1998~)
■ 최근전시
2026 공명존재(共鳴存在), 다시 태어나다(RE:BORN), Gallery G/경남
2026 Korean Curatorial Vol.1 [The History of Invisible Hands], AITHER/부산
2026 류정림 개인전 [2026 다시 태어나다(RE:BORN)], Gallery G/경남
2026 In 1회 이미지포럼 페스티벌 코리아 [After-loop], Gallery G/경남
2025 [모든 접촉은 흔적을 남긴다], Gallery G/경남
2025 12TH GROUP EXHIBITION 재미지예, 창동갤러리/경남
2025 [예술人:in 창동], 창동예술촌 아트센터/경남
2025 APP(2025 Art Piece Project), 레온갤러리 플레이스온 성수/서울
2025 류정림 개인전 [2025 다시 태어나다(RE:BORN)], Gallery G/경남
2025 류정림 단색화(DANSAEKHWA)전 [시작(RE:BEGIN)], Gallery G/경남
2024 AZIT ART FAIR [동행], 아지트미술관/서울
2024 [HECHYEOMOYEO 7], AITHER /부산
2024 [여름마중], 도슨트갤러리/경남
2024 [창동산책: 예술로 거닐다], 창동예술촌 아트센터/경남
2024 KOREA No.1 [1호의 감각], 아이테르 범일가옥/부산
2024 [6그라운드&독립; True Independence], 도슨트갤러리/경남
2023 초대 개인전 [아니마: ANIMA], AZIT Gallery/서울
2023 미미(美迷) 특별기획전 [마하파: MACH WAVE], AZIT Gallery/서울
2023 모아도 프로젝트 [방해금지모드], 꼴라보하우스 문래/서울
2023 Art Contest Exhibition [STRING: 진동하는 끈], COLLEXX Gallery/서울
2023 CICA 미술관 국제전 [The Value 2023], CICA 미술관/경기
2023 갤러리 민정 초대전 [RESONANT: 공명], GALLERY MINJUNG/서울
2022 류정림 단색화 개인전 [다시 태어나다(RE:BORN)], 문신앤셀라/경남
2022 [SUDDEN 지나칠 수 없는], 창동예술촌 아트센터/경남
2022 파라과이 아트페스티벌, 파라과이 국립미술박물관/파라과이
2022 한국 청년예술가의 독립, (주)모아도컬쳐스/서울
2022 류정림 인두화 초대 개인전, 앤시디미술관/서울
2022 통영국제트리엔날레 청년작가전, 갤러리 영/통영
2022 이탈리아 해외 초대전, 이탈리아 지오반니 갤러리/이탈리아
■ 수상
1998 제18회 부산산업디자인 전람회 Craft design 입선
2013 제13회 산림청 산림문화작품 공모전 입선
2021 한국미술역사관 특별초대 한류스타작가전 인두화 우수작가상
2021 한국미술진흥원 특별기획전 인두화 대상
2023 카파뉴스 주최 힐링영상대회 대상(인기작가상)
2023 한국미술진흥원 특별기획전 디지털아트 우수작가상
2023 카파미술상 인두화 대상, 한국미술진흥원
2023 NFT Art in CHANGWON 참여 작가
2022 창원조각비엔날레 오픈스튜디오 참여 작가
Translate나는 불이 지나간 자리를 바라본다. 태워진 표면에는 사라짐의 흔적과 함께 아직 남아 있는 시간이 있다.
나는 그 흔적을 지우기보다 바라보고, 그 안에 남겨진 존재의 시간을 따라간다.
나에게 태움은 파괴가 아니다.
인두가 나무와 한지, 흙의 표면을 지나갈 때 남겨지는 점과 선, 그을음과 깊이는 시간이 지나온 흔적이 된다.
반복되는 태움 속에서 표면은 조금씩 변하고, 하나의 흔적은 또 다른 흔적을 만나 새로운 형상을 만들어낸다.
나는 그 과정에서 존재를 생각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흔적을 남기고 또 받아들인다.
어떤 기억은 사라지지 않고 몸과 마음에 남으며, 때로는 아픔의 형태로 머문다.
그러나 나는 그 흔적을 지워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흔적은 지나온 시간을 증명하고, 지금의 나를 이루는 하나의 형식이기 때문이다.
태움은 비움의 과정이면서 동시에 드러냄의 과정이다.
불이 표면을 덜어낼수록 감춰져 있던 결이 드러나고, 반복되는 점과 선은 시간의 깊이를 만든다.
그 안에서 나는 소멸과 생성이 서로 떨어져 있지 않음을 발견한다.
사라지는 것은 완전히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형태로 남는다.
상처 또한 지워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지나온 시간과 함께 존재의 일부가 된다.
나는 그 흔적을 바라보며 삶이 다시 이어지는 순간을 생각한다.
소멸과 생성, 멈춤과 움직임, 상처와 치유는 서로 다른 것이 아니라 하나의 흐름 안에 있다.
비워낸 자리에는 다시 무엇인가가 생겨나고, 남겨진 흔적은 새로운 울림이 된다.
나는 태움을 통해 시간을 새기고, 흔적을 통해 존재를 바라본다.
그리고 그 흔적 속에서 다시 시작되는 생명의 움직임을 이야기하고 싶다.
불이 지나간 자리.
사라짐 뒤에 남겨진 흔적.
그 흔적은 다시 울림이 되고,
그 울림 속에서 존재는 다시 태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