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nslate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허선숙 작가는 재현을 넘어 인간 내면의 고통과 존재의 불안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작업을 이어간다. 인물화, 정물, 추상을 아우르는 표현 속에서 왜곡된 선과 상징적 형상은 상처와 죽음을 드러내는 동시에, 그 이면에 놓인 인간의 존엄과 본질을 탐색한다.
특히 작가가 가장 몰두해 지속적으로 전개하는 <행복의 시간>연작은 고통을 부정하지 않고 마주한 이후, 인간이 도달하고자 하는 행복의 출발점을 사유하는 작업이다. 일상의 장면과 상징적 인물들은 비극과 희극이 공존하는 삶의 구조 속에서, 고통 이후에도 여전히 유효한 존엄과 회복의 가능성을 차분히 드러낸다..
written by ARTISTY
Artist Hur Sunsook works across a wide range of genres, moving beyond mere representation to directly confront inner human suffering and existential anxiety. Spanning figurative, still life, and abstract forms, her practice employs distorted lines and symbolic figures to reveal wounds and death while simultaneously exploring the dignity and essence of human existence.
In particular, the
Artist's Note
Translate대부분은 작은 반복들 속에서, 불편하지만
익숙한 상태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렇게 지속된 일상은 점차 질문을 지우고,
질문이 사라진 자리에 습관만 남긴다.
개는 본래 관계하는 존재다. 반응하고, 지키고,
감정을 드러내며 세상과 맞닿아 있다.
그러나 이 작업 속의 개는 물속에 잠겨 있고,
그 형상은 물고기로 변형되어 있다.
이 변화는 의지의 결과가 아니다.
환경에 순응하고, 상황을 받아들이고,
벗어나지 못한 시간들이 축적된 끝에 도달한 상태다.
타성은 이렇게 조용히 존재를 바꾼다.
물고기는 끊임없이 움직이지만 목적을 묻지 않는다.
방향은 중요하지 않고,
반복 자체가 생존의 방식이 된다.
이는 익숙함에 길들여진 삶의 구조와 닮아 있다.
욕망은 더 이상 충족의 문제가 아니라,
멈추지 못하는 관성처럼 작동한다.
선택하지 않아도 삶은 계속되고,
그 지속 속에서 존재는 서서히 자기 자신을 잃어간다.
타성에 잠긴 세계 안에서,
이 존재는 변형된 채로 무엇인가를 바라보고 있다.
그 응시는 탈출의 의지라기보다, 반복에 순응한 삶이
어떻게 사고를 마비시키고, 존재를 잠식하며,
형상까지 바꾸어 놓는지를 보여준다.
타성은 파괴가 아니라 침식이다.
이 그림은 그 침식이 충분히 진행된 이후의
풍경이며, 여전히 남아 있는 시선을 통해
사람들에게 조용한 질문을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