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영 작가는 '자수'라는 전통적인 매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정물과 풍경을 주요 주제로 삼아 작업한다. 그녀의 작품은 단일한 대상을 정교하게 수놓는 방식에 머물지 않고, 마치 장면을 캡처하듯 화면을 구성하기 때문에 유화나 아크릴화를 연상시키는 회화적 일루전을 만들어낸다. 책상 위의 일상적인 풍경이나 산이 보이는 장면은 특히 강한 회화성을 드러내며, 때로는 반 고흐나 마티스의 색채와 구도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고은영의 자수는 단순한 회화의 모방이 아니라, 바늘과 실이 만들어내는 고유의 질감과 반복적 행위가 축적한 시간성을 통해 독창적인 서사를 완성한다. 회화와 공예의 경계를 허무는 작가의 작업은 자수를 새로운 시각 예술의 언어로 확장시키며, 익숙한 매체 속에서 낯설고도 신선한 가능성을 제시한다.
written by ARTISTY
-면 천에 면 실 -프레임: 너도밤나무 수틀 몇 년 전 오랜만에 여의도에 갔을 때 IFC가 제 눈을 사로잡았습니다. 육면체를 이리저리 깎아서 마치 서로 다른 방향을 보고 있는 것 같은 건물들이 한데 모여 있었고 외벽은 주변을 비추어서 구름이 떠다니는 파란 하늘을 옷인 양 입고 있었습니다. 그 후로 자주 여의도에 가서 이 건물을 보았고 예쁘게 수놓을 수 있는 날을 고대했습니다. 실은 사물을 따뜻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지만 철이나 유리로 지어진 현대의 구조물을 어떻게 해야 실로 그답게 표현할 수 있는지는 제게 큰 숙제이자 고민거리였습니다. 좀 더 윤기가 흐르고 빳빳한 실로 건물의 격자무늬와 테두리를 수놓아 반듯하고 날이 선 느낌을 살릴 수 있었습니다. Instagram: koeunyoung__ Email: eunyoungembroidery@gmail.com
written by artist 고은영
성신여자대학교 문학사, 경제학사 2016년 가을 무렵 자수를 처음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