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에 면 실 -나무 틀에 천을 감싼 후 수놓음. 저는 사진을 보면서 소재를 얻곤 하는데 이 작품도 한 사진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책상 너비에 딱 맞는 공간에 위로는 책이 마구 꽂혀 있고 스탠드가 책상 위가 아니라 꽂혀 있는 책들을 향하고 있는 사진을 보았을 때, '저 스탠드는 책을 읽기보다는 찾기 위해 저기에 있는 것 같네!'하며 사진을 더 찬찬히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초록색 벽과 빨간 스탠드가 만들어내는 강렬한 대비, 그리고 그 강렬함을 더욱 배가시키는 꽃병의 각양각색의 꽃들은 한눈에 보기에도 너무나 화려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제 마음에 들었던 것은 비좁은 공간에 온갖 것들을 (여기서는 책들을) 몰아넣고 책상을 밀어 넣어서 그곳을 의미 있는, 쓸모가 있는 작은 서재처럼 만들어 놓은 어떤 사람의 아이디어였습니다. 거기에는 그 사람의 생각과 그 사람이 은연 중에 불어 넣은 자신의 취향이 깃들어 있었습니다. 처음 저의 스케치에는 왼쪽으로는 책장, 오른쪽으로는 노란 벽까지 밖에 그려져 있지 않았는데, 수를 놓다 보니 크기를 더 확장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가로 너비를 넓히게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벽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은) 어떤 공간이 추가되어 추상적인 면이 조금 가미되었습니다. 화면 전체에서 흩날리고 있는 꽃들은 밑그림에는 없던 즉흥적인 시도였지만 나중에는 작품의 분위기를 지배하는 결정적인 요소가 되었습니다. ※안내 및 유의사항 -작품을 유리로 덮지 않는 것을 추천합니다. 실의 방향에 따라 달라지는 빛깔과 질감을 여과 없이 생생하게 감상해보세요. -뒷면에는 수놓은 흔적인 얽히고설킨 실들이 드러나 있습니다. -수놓인 실은 팽팽하게 당겨진 힘으로 예쁘게 유지되고 있습니다. 나무 틀에서 천을 뜯어내지 마세요! -뾰족한 물건에 실이 걸리거나 액체류가 스미는 등의 훼손에 주의하세요. -작품의 좀 더 다양한 모습을 확인하고 싶으시다면 저의 홈페이지(https://koeunyoung.wordpress.com/)를 방문해주세요.
written by artist 고은영
성신여자대학교 문학사, 경제학사 2016년 가을 무렵 자수를 처음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