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영 작가는 '자수'라는 전통적인 매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정물과 풍경을 주요 주제로 삼아 작업한다. 그녀의 작품은 단일한 대상을 정교하게 수놓는 방식에 머물지 않고, 마치 장면을 캡처하듯 화면을 구성하기 때문에 유화나 아크릴화를 연상시키는 회화적 일루전을 만들어낸다. 책상 위의 일상적인 풍경이나 산이 보이는 장면은 특히 강한 회화성을 드러내며, 때로는 반 고흐나 마티스의 색채와 구도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고은영의 자수는 단순한 회화의 모방이 아니라, 바늘과 실이 만들어내는 고유의 질감과 반복적 행위가 축적한 시간성을 통해 독창적인 서사를 완성한다. 회화와 공예의 경계를 허무는 작가의 작업은 자수를 새로운 시각 예술의 언어로 확장시키며, 익숙한 매체 속에서 낯설고도 신선한 가능성을 제시한다.

written by ARTISTY

-천에 면 실
-지름 18.2cm
-프레임: 대나무 수틀

겨울에 멀리로 산을 보면 하늘과 맞닿은 부분에 나무가 마치 잔 솜털처럼 나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가지만 남은 나무 사이사이마다 여지 없이 빈 하늘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집에서 가까운 역으로 가는 길에 보이는 이 산은 그 앞으로 군데군데 모인 아파트와 쭉 뻗은 도로와 들쑥날쑥한 표지판들을, 걸어가는 사람들을 품고 있습니다. 이 산을 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시야가 넓어져 도시를 한눈에 조망하게 됩니다. 저는 그동안 신호등이 바뀌는 것이나 같이 걸어가는 사람들 간의 거리를 의식하는 데에 신경썼지만 그러다 보게 되는 드넓고 정지된 산의 모습은 제 마음의 기울어진 쪽 반대편에 무게를 싣고 균형을 되찾아줍니다.

※안내 및 유의사항
-작지만 많은 시간과 공을 들였습니다.
-수를 놓을 때 사용한 수틀을 그대로 프레임으로 사용하였습니다. 윗부분의 나사로 작품을 걸 수 있습니다.
-뒷면에는 수놓은 흔적인 얽히고설킨 실들이 드러나 있습니다. 
-수놓인 실은 팽팽하게 당겨진 힘으로 예쁘게 유지되고 있습니다. 천이 분리되지 않도록 마무리 작업을 하였으나, 혹여나 나사를 풀거나 작품에서 수틀을 빼지 마세요!
-뾰족한 물건에 실이 걸리거나 액체류가 스미는 등의 훼손에 주의하세요.
-작품의 좀 더 다양한 모습을 확인하고 싶으시다면 저의 홈페이지(https://koeunyoung.wordpress.com/)를 방문해주세요.

written by artist 고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