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물화 속 꽃병에 꽂혀 있는 하얀 산호는 현 시대의 바니타스 정물화를 작가의 방식으로 보여주는 소재이다. 하얀 산호는 과분해 보일 정도로 꽂혀 캔버스 가득히 채워져 있다. 화려하고 풍요로운 생명력을 대변하는 동시에 동시에 ‘허무함’을 보여주는 존재이다. ‘하얀 산호’는 생물학적으로 죽은 상태인 백화 된 산호이며, 이것은 캔버스 표면을 물감으로 칠하지 않은 비워놓은 공간으로 표현된다. 모두 섬세하게 그려나간 생명력 넘치는 모습이지만 빈 공간의 형태가 수많은 부와 명예의 상징물들과 대조된 채로 구성되어 있다. 나 자신이 느낀 [바니타스(Vanitas)] 의 느낌 뿐 아니라 우리가 함께 공감하고 공유해야 할 상징적 존재로써, 원래 [바니타스(Vanitas)] 정물화가 주는 의미인 ‘모든 것이 헛되니 현재를 즐기고 돌아보며 살아야 한다’ 라는 의미를 전하는 것이다. 또한 ‘정물화’라고 하는 감상을 위한 정돈 된 이 장르 안에 가장 아름다운 빛을 내는 생명의 순간을 표현하며, 생명력이 넘치는 순간을 그림을 통해 음미해 볼 수 있길 의도하고 있다. 나와 작품을 보는 이들 모두가 생명력 넘치지만 실은 텅 빈 그림을 보고 아름답다고만 이야기 하고 있지 않은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금의 시점에서 정말 가치를 두어야 할 것은 무엇’이며, 나아가 ‘어떤 것을 바라보고 살아야 하는가’를 이 정지 된 풍경을 통해 끝없이 질문 하고 있다.

written by artist 엄해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