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를 걷다보면 자주 가는 길목마다 같은 자리에 피어있는 들풀, 들꽃들을 종종 확인하게 된다. 갑자기 흔적없이 사라지기도, 시들어 말라버리기도 하는데 또 다른 모습으로 새로이 피어나기도 한다. '후지와라 신야'의 <인생의 낮잠>이라는 책에서 "이 세상 살아있는 모든 생물들은 모두 온 힘을 다해 살고 있는 것이다." 라는 문장을 좋아한다. 

시멘트바닥과 돌틈 따위에 아무렇게나 피어난 꽃들은 내게 아무런 바람없이 위로와 용기를 주었다. 사라지는 것을 바라볼 수 밖에 없고 나 역시도 이 땅에서 언젠가 사라지겠지만, 비록 작게 태어날지라도 다시 또 이들처럼 고난 속에서 꽃을 피우는 일들을 멈추지 않기를.

written by artist 이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