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에 면 실 -자수, 콜라주 단순하고 따뜻한 기운이 감도는 겨울의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이런 풍경은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겨울을 지나면서 마음 속에 품게 된 것인데, 이제는 그것을 그냥 마음 속으로만 그리기보다 이렇게 끄집어내어 보일 수 있어 기쁩니다. 그 모습이 아무리 기억 속에서 또렷하더라도 그것을 현실에서 제대로 구현한다는 것은 아주 다른 일이어서, 그동안 노력해온 과정이 이것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사람은 무언가를 표현하고 싶을 때 마음 속에 간직한 것들을 최대한 있는 그대로 구현할 수 있기를 굉장히 고대합니다. 저만의 인상이 깃든 것들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은 참 기쁜 일입니다.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는 한 편지에서, “스완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대신에 저는 그를 보여주려고 한 것입니다.” 라고 쓴 적이 있습니다. 제가 나중에 깨닫게 된 프루스트 소설의 매력 중 하나는 그가 언어로 거의 그림을 그려놓듯이 글을 써놓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을 어떻게 프루스트가 할 수 있었는지-그것도 '언어'라는 수단을 가지고-, 저는 오랫동안 들려주는 것과 보여주는 것의 그 오묘한 차이를 이해하려고 부단히도 애를 썼습니다. 그가 햇살에 관해 쓴다면 우리는 햇살이 비추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이 아니라, 그 햇살을 머릿속에서 그리게 되고 보게 되는 것입니다. 때로는 한번 보여주는 것이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더 쉽고 정확할 때가 있듯이 마음 속에 간직한 이미지나 정서를 그 생생함이 살아있도록 어떤 형식으로든 구현해낼 수 있다면, 무엇보다도 그것이 나 자신을 온전히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에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풍경들의 창문으로 새어나오는 빛과 일찍 뜬 달에 제가 언제나 지피던 따스함이 그대로 스며있기를 바랍니다. 만드는 동안 저는 이 집들 안에 사람이 있다고 늘 생각했습니다. 또 그들이 상쾌한 공기를 원해 밖에 나왔을 때도 든든하고 사랑스러운 나무들이 어떻게 가지를 뻗고 있을지 생각하기를 좋아했습니다.
written by artist 고은영
성신여자대학교 문학사, 경제학사 2016년 가을 무렵 자수를 처음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