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및 미리보기 이미지를 무단 사용시 저작권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Price on Request
고은영 작가는 '자수'라는 전통적인 매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정물과 풍경을 주요 주제로 삼아 작업한다. 그녀의 작품은 단일한 대상을 정교하게 수놓는 방식에 머물지 않고, 마치 장면을 캡처하듯 화면을 구성하기 때문에 유화나 아크릴화를 연상시키는 회화적 일루전을 만들어낸다. 책상 위의 일상적인 풍경이나 산이 보이는 장면은 특히 강한 회화성을 드러내며, 때로는 반 고흐나 마티스의 색채와 구도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고은영의 자수는 단순한 회화의 모방이 아니라, 바늘과 실이 만들어내는 고유의 질감과 반복적 행위가 축적한 시간성을 통해 독창적인 서사를 완성한다. 회화와 공예의 경계를 허무는 작가의 작업은 자수를 새로운 시각 예술의 언어로 확장시키며, 익숙한 매체 속에서 낯설고도 신선한 가능성을 제시한다.
written by ARTISTY
-면 천에 면 실
-프레임: 대나무 수틀
이 작품은 한 사진으로부터 시작됐습니다. 눈높이 보다 조금 높은 곳에 아래, 위 두 줄로 화병들이 늘어서 있는 사진을 보았을 때 저는 마치 그곳에 가 있는 것처럼 느꼈습니다. 아랫쪽에는 나무로 된 작업대가 펼쳐져 있었는데 작업대 위에는 하얀 화병이 하나 있었고 밝은 핑크빛과 살구빛 꽃들이 마치 화병에서 폭발해 나온 듯 풍성하게 꽃혀 있었습니다. 사실 그 사진은 그 꽃들이 주인공으로, 그곳은 한 플로리스트의 농장에 있는 작업실이었습니다. 만약 플로리스트가 그곳에 있었다면 저는 그녀가 꽂은 꽃에 대해 먼저 말을 건네야 했을 테지만, 그녀가 자리를 비웠기에 저는 보다 자유롭게 주변을, 꽃 뒤에 있는 화병들을 구경했습니다. 그 화병들은 모두 밝은 회색 빛깔을 바탕으로 아랫쪽만 갈색이었는데 어떤 것은 손잡이가 달려 있고 어떤 것은 입구가 비스듬하고, 모양과 높낮이는 다 달랐습니다. 풍성한 꽃들 뒤에서 좋은 배경이 되어 주고 있었던 화병들은 말끔한 색과 일사불란함으로 꽃 못지 않게 보는 사람의 시선을 빼앗고 있었습니다.
이 작품을 설명하려면 저는 이렇게 사진을 보았던 경험을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겉으로는 작품과 사진의 장면이 닮은 구석이 별로 없다고 해도 제가 보고 옮겨온 핵심이 그 사진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의 채도는 높아지고 벽에는 타일을 붙였고 화병도 그릇들로 바뀌었지만, 제가 이 또 다른 공간을 떠올릴 수 있었던 건 그 작업실 한 켠에 저를 데리고 가주었던 사진 덕분이었습니다.
※안내 및 유의사항
-작지만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인 작품입니다.
-수를 놓을 때 사용한 수틀을 그대로 프레임으로 사용하였습니다. 사진에서는 부득이하게 잘린, 윗부분의 나사로 작품을 걸 수 있습니다.
-뒷부분에는 수놓은 흔적인 얽히고설킨 실들이 드러나 있습니다.
-수놓인 실은 팽팽하게 당겨진 힘으로 예쁘게 유지되고 있습니다. 천이 빠지지 않도록 마무리 작업을 하였으나, 혹여나 나사를 풀거나 작품에서 수틀을 빼지 마세요!
-작품을 소중하게 다뤄주세요. 특히 뾰족한 물건이 실에 걸리거나 액체류가 스미는 경우 작품이 크게 훼손됩니다.
-작품의 좀 더 다양한 모습을 보고 싶으시다면 저의 홈페이지(https://koeunyoung.wordpress.com/)를 참고해주세요.
written by artist 고은영
고은영
성신여자대학교 문학사, 경제학사
2016년 가을 무렵 자수를 처음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