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에 면 실 -나무 틀에 천을 감싼 후 수놓음 실내에서 바깥으로 이어지는 여름의 한 장면을 그렸습니다. 처음에는 이곳이 식물원 같은 공공장소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색깔을 입혀나가다보니 그와는 전혀 다른 한 가정집의 느낌으로 되어 갔습니다. 이렇게 원래 계획과 다르게 흘러가는 일은 제게 흔히 있는 일입니다. 제 스스로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던 5년 전이었다면 이런 상황에 당황하고 계속 다른 방향으로 뻗어나가려는 작품을 원래 제 생각대로 '만들려' 애썼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걸 알았고 오히려 그 스스로 뭔가가 '되어가려고' 할 때 그 요청에 제 손이 따라가주기만 하면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설득력있는, 더 멋진 작품이 완성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것은 문학 작품을 쓰는 작가들이 경험하는 것과도 비슷합니다. 작가들은 종종 등장인물들이 움직이고 말을 하게끔 내버려두고 자신은 단지 그것을 받아 적는다고 말을 하곤 합니다. 이 작품은 제가 오랜 팬이었던 아티스트 Sarah K. Benning의 소재와 기법을 나름대로 모방, 연습해본 것이어서 더욱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무엇보다도 천 위에서 소재들이 생생히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생동감이 사람들이 그녀의 작품을 좋아하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녀가 꾸준히 보여주는 작품들을 감상하는 것은 언제나 제게 큰 기쁨이었습니다. 홈페이지: https://sarahkbenning.com
written by artist 고은영
성신여자대학교 문학사, 경제학사 2016년 가을 무렵 자수를 처음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