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Y
설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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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매체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작가들은 경이롭다. 무명천 위에 작업을 하는 설혜린 작가도 그러한 작가들 중 한 명인데, 그녀의 작품은 캔버스 위에 유화로 작업을 할 때 느낄 수 없는 천 재료만이 가진 '번짐 효과'에 더욱 주목하게 만든다. 자연스럽게 스며든 물감은 천 위에 아름답게 수를 놓는데 이 형상은 의도한 것 같으면서도 의도한 것 같지 않은 느낌이 든다. 작열하는 태양 같기도 하고, 피어나는 꽃 같기도 하다. 

"저는 천에 염색을 한 후에 그 위에 그림을 그리는 방식으로 작업을 하는데, 우연적으로
염색된 무늬에서 연상되는 것을 그립니다. 우연적이며 추상적인 무늬에서부터 구체적인 모양을 잡아가는데 그 모양이 구체적이되 우연적인 무늬를 너무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구체화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서 염색된 색과 무늬도 제가 영감을 받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마음에 들지 않으면 몇 번이고 다시 염색을 하곤 합니다." -설혜린 작가 인터뷰中-

이러한 과정을 거친 작품은 우연성으로부터 획득한 추상성으로부터 새롭게 영감을 받아 작업을 이어간다. 천이 염색되는 공정은 많이 까다로울 수 밖에 없는데 뜨거운 물 속에 천을 넣어 끓고, 그 후 끈으로 꽉 묶거나 집게로 집는 고문에 가까운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인간의 삶이 고통이라고 봤을 때 이러한 과정은 크게 인간의 삶과 별반 다름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고통이 지나간 후 아름다운 색과 무늬로 탄생한 작가의 작품에서 볼 수 있듯이 다시 한 번 삶이 고통만은 아니였음을 깨닫는다. 고통스러운 날들이 지나간 자리에는 한층 더 성숙해진 아름다움이 우리의 삶에 물들어 갈 것이다.


written by ARTISTY, ⓒ ARTISTY Inc.
2017.05 국민아트갤러리 '무명'(단체전)
2017.7 영아트갤러리 '현대미술의 소통전'(단체전)
2017.8 아트모라갤러리 오픈콜, 미국 뉴저지(단체전)
2017.8-11 커피애비뉴 갤러리카페 '무명'(개인전)
2017.8-9 제이드플라워갤러리(개인전)
천에 염색을 한 뒤 그 위에 그림을 그리는 작업을 합니다.
천의 염색 과정이 천에게는 고통스러운 과정이라고 생각했고 그것에 저를 투영시켰으나 끝내 아름다운 색과 무늬로 변하는 천을 보며 삶이 영원히 고통스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한 천이 만들어낸 색과 무늬에 착안하여 그것이 이끌어주는 어떠한 형태를 찾아나가는 작업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