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살아보세.”
우리는 아직도 개발과 경제성장만이 미래를 책임져 줄 것이라 생각하며, ‘그 시절’ 줄기차게 외쳤던 구호를 현재까지 되뇌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고속성장은 정치의 수단으로 이용되었고, 결국 사회에는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해졌다.
그 결과, 삶과 관련된 직접적 문제들조차 경제적인 것으로 치부하게 되었고 사람들은 거대한 숫자와 지표 아래에서 파편화된 존재로 살아가고 있다. 또한 성장 위주의 생산방식은 인간의 신체를 기계화하였고, 따라서 신체의 움직임과 사고방식은 ‘체계화’ 되며 자연의 속도를 벗어나게 되었다. 이 감당할 수 없는 속도는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천천히 생각하게 하기보다는, 대상을 관습적으로 바라보는 습관을 지니게 만들고 있다.
나의 작업은 흔들린 개인의 삶이 세상과 맞닿는 지점을 읽어내는 것에서 출발한다. 그 지점에서 동시대 사회의 요구에 의해 억눌린 자아와 속박된 자유, 그 속에서의 외침을 환기시키기 위해 내가 바라보는 것들을 일상적인 언어가 아닌 시각예술의 언어인 회화를 통해 전달한다. 나는 이 과정을 ‘끈끈한-이름 짓기’ 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어떠한 현상이나 존재들을 습관적으로 단정지어버리는 태도, 관습이나 규율 등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행위들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상 속 풍경을 좀 더 천천히 바라보며, 애정 어린 태도로 각각의 존재들을 대하고 작명하고-호명하는 것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