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지을 작가는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무게와 압박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시도를 한다. 유일하게 자신의 마음을 위로해준 것은 사각 스크린에서 전달될 낯선 설렘의 감정이었다. 작가는 이러한 스스로의 경험을 되새기며 뷰파인더에 맺힌 다양한 수평선을 바라본다. 찰나의 시각적인 장면을 넘어 그 순간의 바람, 온도, 소리까지 전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는 작가는 고요하게 관객들을 사각 프레임의 사진 안으로 초대한다.
written by ARTISTY, ⓒ ARTISTY Inc.
2020 ASYAAF,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서울 2014 ASYAAF, 문화역 서울 284, 서울
숨막히던 고3 생활을 독서실에서 버틸 수 있었던 건 자율학습을 빼먹어가며 찾아본 영화들 덕분이었다. 스크린을 가득 매운 화면은 때로는 서글픈 아름다움을, 때로는 낯선 설렘을 그리고 있었다. 주인공의 이름은 금새 잊혀졌지만 사각의 스크린에 뿌려진 그 장면 장면은 머릿속에 남았다. 그리고 수능이 끝난 겨울, 첫 카메라를 샀다. 누구나 바라보는 같은 것들과 같은 장소일지라도, 카메라의 사각 프레임을 통해 포착된 장면들은 서로 다른 순간을 그릴 수 밖에 없다. 나의 사진을 보여준다는 것은 뷰파인더 뒤에서 셔터를 누르던 그 때, 그 곳으로 관객을 초대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나의 사진들이 찰나의 시각적인 장면을 넘어 그 순간의 바람, 온도, 소리까지 전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그리고 누군가의 마음에까지 닿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