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류호 작가의 작업은 인간이 홀로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작가는 나와 타인, 개인과 세계 사이에 놓인 관계의 조건을 낯설고 상징적인 이미지로 풀어내며, 우리가 서로에게 어떤 존재로 다가가고 있는지를 묻는다. 작품 속 인물들은 얼굴이 비워져 있거나 신체가 변형된 모습으로, 우주적 풍경과 식물, 꽃, 동물, 알 수 없는 생명체 사이에 놓인다. 이러한 요소들은 구체적인 관계를 직접 재현하기보다,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서로를 온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인간 존재의 불안과 고립, 그리고 그럼에도 누군가에게 닿고자 하는 마음을 드러낸다.
작가는 이처럼 관계에 대한 질문을 이어가며, 함께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태도로 ‘상냥함’에 주목한다. 여기서 상냥함은 단순한 미덕이나 감상적인 위로가 아니라, 서로를 완전히 알 수 없는 존재들이 같은 세계 안에서 공존하기 위해 필요한 감각에 가깝다. 관계의 불안정함과 인간 존재의 불완전함이 드러나는 가운데, 작품 안에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 연약한 온기가 머문다. 그의 작업은 우리가 서로에게 조금 더 다정하게 연결될 수 있는 가능성을 조용히 환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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