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관’이라는 감각을 통해 자연과 나 사이의 긴밀한 연결 지점을 탐구한다.
이는 우리가 자연적인 질감이나 색감에서 느끼는 편안함의 원천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으로 이
어진다. 우리 또한 본래 자연의 일부이기에, 굳이 배우거나 인식하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알 수 있
는 감각이 존재한다. 인지 이전에 먼저 찾아오는 이 원초적인 감각을 작업을 통해 풀어내고자 하
며, 이를 위해 자연물 고유의 물성과 축적된 시간이 만들어내는 텍스처를 작업의 핵심 요소로 활
용한다.
주된 재료인 먹과 소금의 혼합은 이러한 탐구의 중심에 있다. 나무를 태운 그을음으로 만든 먹의
색감은 깊은 오묘함과 숭고함을 자아내며, 부패를 막는 성질을 지닌 소금은 영속성과 종교적인
신성함을 상징한다. 서로 다른 성질을 가진 두 물질이 만났을 때 생겨나는 독특한 텍스처와 오묘
한 색의 층위는 그 자체로 하나의 작은 우주를 형성한다. 나는 현재 이들이 어떠한 환경과 조건에
서 가장 적합한 색감과 질감을 드러내는지 실험하고 기록하며, 재료가 내뿜는 ‘자연색’의 깊이를
아카이빙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작업 과정에서 관계성과 연결성에 대한 상징을 포함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자연이 품고 있는 유
구한 시간과 관점은 인간의 시각에서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다. 나는 이렇듯 거대하고 불
명확한 지점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려 시각화한다. 화면 속의 추상적인 도형과 상징들은 인간의
이해를 넘어선 거대한 세계와 작가인 나를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한다. 결국 나의 작업은 우리가
잊고 지냈던 자연과의 상호관계를 시각적으로 복원하고 연결하는 과정이다.
b. 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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