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음과 양처럼 상반되는 감정들이 지속적으로 공존하면서 새로운 상태가 만들어지는 것을 경험했다. 자신에 대한 믿음을 잃고 삶의 방향키를 잡지못했던 시기가 있었다. 그때 나는 검은문어를 잉태했다. 검은 문어는 내가 당시 경험한 미래에 대한 불안과 공포의 미끄럽고 끈적한 질감을 가지고있었다. 이런 무거운 감정들은 내가 속해있는 사회망에서 생겨나고 유지되야하는 관계에 부응하기위해 내면으로 침잠했고 동시에 밝고 가벼운 감정들은 외부로 표출됐다. 상반되는 두 감정사이에는 어느새 분재의 모습을 한 페르소나가 생성됐다. 분재가 타의에 의해 일정한 형태로 연출되고 장식되듯 나또한 스스로를 연출해 사회에 장식했다. 이번에 소개되는 작품들은 그 시기의 기록화이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면의 풍경이라고 할 수 있다.
written by artist 윤희완
2019 안견미술대전 한국화부문 장려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