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의 아버지라 불리우는 폴 세잔의 주요 소재는 사과였다. 세잔 이전의 정물화는 ‘눈에 보이는 그대로’를 최대한 닮게 그리는 것이 중요했는데, 세잔은 이와 다른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재현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시점을 구현한 것이다. "탁상 위의 사과" 시리즈는 사과를 주 소재로 마치 세잔과 같이 현대미술의 여러가지 사조와 기법을 차용하여 표현한다. 사과의 형태나 상태(껍질이 벗겨져 있거나, 껍질만 있거나 등)라던가, 물성의 변화도 추구하는 다양한 시도는 관람자에게 작가의 고민을 즐기게 한다.

written by ARTISTY

사과 1번을 그릴 때, 전역한지 얼마 안 된 저는 돈이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고정적으로 나가야 할 돈이 있으니 아주 미칠 지경이었죠. 군에서 모았던 200만원이 작업실의 월세와 생활비로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한 달 생활비조차 남지 않았을 때, 쌓여 있는 엉성한 내 그림들이 너무 미웠습니다.  그림을 팔고 싶은게 간절해서 예쁜 그림을 그리면 팔리지 않을까 생각하고 그린게 처음의 사과였네요. 결국 팔지 않고 작업실을 포기하며 알바를 구하고 밤을 새고 있습니다ㅋ. 주제는 예쁘게 얼마나 계속 그릴 수 있을까에서 한 가지 사물의 반복적인 재해석으로 변해갔습니다. 하지만 분명 이 그림의 근원은 좌절감입니다. 50번째 역시 좌절감을 담았습니다. 그렇지만 처음과 같은 이유의 좌절은 아니게 되었네요.

written by artist Kim Kyu S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