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미 작가의 작업은 일상적 풍경과 친숙한 형상을 통해 동시대를 살아가는 개인의 정서 상태를 섬세하게 포착한다. 반복과 밀집, 겹쳐진 색채와 선의 리듬은 감정이 환경 속에서 형성되고 변화하는 과정을 드러내며, 작품은 하나의 서사보다 감정의 흐름과 균형에 집중한다. 작가는 불안정함과 안정감이 공존하는 상태를 관찰하듯 그려내며, 감정을 억누르기보다 정리하고 수용하는 태도를 제시한다. 그녀의 작업은 불안을 설명하거나 극복의 서사를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불안이 일상 속에서 어떻게 축적되고, 익숙해지며, 삶의 일부로 자리 잡는지를 담담하게 보여준다. 작품은 불안을 제거한 이후의 세계가 아니라, 불안과 함께 살아가는 현재의 상태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며, 불안이 개인의 결함이 아닌 우리가 공유하는 감정의 풍경임을 조용히 환기한다.
written by ARTISTY
불안이라는 감정에서 출발한다. 불안은 단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많은 이들이 공유하는 보편적인 정서다. 작가는 이 감정을 피하지 않고 화면 위에서 끊임없이 마주하며 그것을 시각적인 언어로 기록한다. 〈불면증〉은 그 중에서도 밤의 시간을 다룬다. 모든 것이 멈춘 듯 조용한 밤, 생각만은 멈추지 않는다. 머릿속은 쉴 새 없이 움직이고 방 안의 사물들은 그 혼란을 반영하듯 흩어져 있다. 잠들지 못한 시간 속에서 작가는 자신이 불안과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느낀다. 이 작품에서 라인과 명암은 단순한 표현 수단이 아니다. 선을 긋는 행위는 불안을 정리하려는 몸의 반응이며, 명암을 쌓는 행위는 혼란 속에서도 중심을 세우려는 호흡이다. 두 요소는 충돌하지 않고 함께 화면을 지탱한다. 그 과정에서 작가는 불안을 억누르지 않고 받아들이며 균형을 찾아간다. 작품 속 공간은 작가의 방이자 마음의 풍경이다. 어지럽혀진 물건들과 곰 캐릭터는 불면의 시간을 함께 견디는 존재들이다. 곰은 언제나 작가 자신을 투영하는 존재로, 불안 속에서도 버티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상징이다. 잠들지 못한 곰은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지만 완전히 무너져 있지 않다. 그 안에는 여전히 일상을 이어가려는 의지와 온기가 남아 있다. 〈불면증〉은 불안을 없애려는 시도가 아니라 그 안에서 살아가는 태도에 대한 이야기다. 작가는 불면의 시간을 고통으로만 보지 않는다. 그 시간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감정을 정리하며 다음 날을 준비하는 통로이기도 하다. 불안을 다스리는 행위는 완벽한 해결이 아니라 반복과 균형의 과정이며, 그 과정 자체가 삶을 이어가는 힘이 된다. 결국 이 작품은 불면의 밤을 견디는 한 인간의 초상이다. 그리고 그 밤은 작가에게 또 하나의 작업의 시간이며 살아 있는 시간이다.
written by artist 하고미
학력 2021 성신여대일반대학원동양화과졸업 2017 성신여대동양화과졸업 2012 선화예고졸업 개인전 2021 Aroundus,사이아트스페이스,서울 2020 작당모의[석사청구전],아트스페이스이색,서울 2019 젊은작가지원전최하영,아트컴퍼니긱,서울 그룹전 2025 2025 STAF, 역삼1문화센터, 서울 2025 아시아프1부참여작가, 문화역서울284, 서울 2025 8인의 영아티스트展, 광교갤러리아, 광교 2025 서브컬쳐리즘展, 더스퀘어즈갤러리, 서울 2025 Childhood展, 갤러리은, 서울 2024 2024 YOUNG ARTIST展,갤러리위, 용인 2024 서울시 청년 창작자 신예 발굴 프로젝트展, 세운상가, 서울 2024 아시아프2부 참여작가, 옛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 2024 21세기 한국의 미술가들: 우수졸업작품展, 동덕아트갤러리, 서울 2023 LoLoLo Artfair, 노원구청, 서울 2023 순천에코아트페어, 순천 2023 서리풀청년아트갤러리 서리풀 청년아트마켓, 서리풀청년아트갤러리, 서울 2023 모두의 미술 모두의 컬렉션, 성신여대 운정그린캠퍼스, 서울 그 외 다수 수상 2023 제2회아트코리아미술대전입선 2017 제 1회 미술대학 졸업작품 콘테스트 인기상 2016 제31회 전국공모 모란현대미술대전 입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