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현대사회 만연하는 물질만능주의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쓰레기가 넘쳐나는 산, 블럭 사이로 무성하게 잡초가 자라 있는 보도, 악취가 나는 듯한 하수구 등 자본주의라는 빛이 만들어낸 그림자를 찾아내 집적거린다. 그리고 ’나는 천사를 본 적이 없어서 그릴 수 없다.’ 라는 말을 남겼던 프랑스의 사실주의 화가 귀스타브 쿠르베처럼, 작가는 개발과 경제성장에 가려져 있는 혹은 존재하고 있지만 인식하지 않는 사실들을 찾아내 시각예술의 언어로 표현해낸다. 이런 사실들을 담담하게 풀어내는 작품들은 동시대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written by ARTISTY

저희 집 옆에는 커다란 인공호수가 있습니다. 이 인공호수가 있는 자리는 20년 전만 해도 밀물과 썰물이 존재하던 갯벌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스스로는 흐르지 못하는 물이 바다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호수의 물을 썩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물을 순환시켜 주는 기계 장치가 필요하게 되었는데, 그 기계장치는 물레방아처럼 하루 종일 물거품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밤이 되면 그 물거품을 비추는, 각양각색의 조명이 켜지며 호수의 정취를 더해줍니다. 수많은 조명 중, 붉은 색 조명이 비추는 순환 장치는 누군가가 탈을 쓰고 춤을 추는 형상을 하며 호수를 힘차게 움직여줍니다.

written by artist 이상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