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겹이 쌓인 얇은 물감 위에 작고 불규칙적인 오각형 육각형들이 뜨개질처럼 모여 하나의 거대한 거품의 패턴을 이룬다. 본래 거품들은 쉽사리 생겼다가 소멸하지만, 나의 작품 속의 거품들은 끝없는 바닷속 우주처럼, 무한한 특정하지 않은 공간 속에서 일렁이는 듯한 패턴들이 무수히 연속되고 이것들이 모여 하나의 형체를 만든다. 내면의 잡다한 생각, 걱정, 복잡했던 그 감정들은 쉽게 사라질 수 없다. 알고 보면 보잘것 없이 가볍지만 그 생각들을 붙잡고 붙잡을 때마다 더 깊게 사람의 마음 골 한켠에 자리 잡는다. 하지만 물거품의 그림자처럼 (포영 泡影), 그 생각 들은 늘 덧없이 사라진다.
written by artist 안은혜
동덕여대 회화과 졸업 2015 혼선과 차이 전 덕성여대박물관 2020 ASYAAF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