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사에서 육체의 본성이자 문화적으로 형성되는 개념인 에로스는 예술적 생산이 시작된 이래로 등장한다. 현대미술로 이르면서 많은 작가들이 성적인 것을 주제로 삼는 작가는 많으며 그 방식 역시 다양하다. 작가의 성에 대한 관심은 타자에 대한 관심이 아닌 자신을 발견해 나가는데에 있다. 예를 들어 남자의 성기를 비유하는 ‘Elephant’는 대상을 이야기하는 듯 하지만 작가 자신에 대한 묘사이다. 핑크, 에메랄드그린, 엘로우 등 화려하지만 강렬하지는 않은 색감에서 작가의 욕망이 솔직하지만 수줍음으로 대변 되기도 한다.

written by ARTISTY

본질적으로 몸은 모호한 실체다. 앞에서 지적했듯이 몸 은 주체의 욕망이 태어나는 구체적인 장소인 동시에 그 욕망을 추구, 실현시켜 나가는 주체 그 자체이기도 하 다. 게다가, 다른 한편으로, 몸은 정치적 이념과 사회적 윤리, 역사적/문화적 관성과 편견들이 한데 어울려 서 로 경합하는 지극히 공적인 장소이기도 하다. 다시 말 해서, ‘공적 공간 속의 몸’과 ‘사적 공간 속의 몸’은 절 대로 똑같은 몸이 아니다. 그때그때 자신의 몸을 적절 하게 바꾸어가며 공적 공간과 사적 공간을 매끄럽게 넘 나드는 것을 우리가 지극히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으 로 여기고 있을 뿐이다. 바로 그래서, 철저히 개인적이 고 사적인 영역에서만 용인되는 알몸, 특히 성적 욕망 을 쫒고 있는 알몸을 의도적으로 공적 공간으로 끌어내 어 예술적 향유의 대상으로 바라봐달라고 요구하고 있 는 그의 그림들 앞에서 우리는 불편해질 수밖에 없다. 그 점에서, 김지수의 그림들은 자신을 사로잡은 불편함 과 불안감, 불쾌감을 이겨내려는 회화적 시도의 결실들 인 동시에, 우리에게도 그 불편함과 불쾌함의 정체를 직시하자고 유도하고 압박하기 위한 일종의 미끼, 일종 의 덫이라고도 할 수 있다.
심재상(시인)

written by artist 김 지 수